[컨슈머리포트] 커피전문점 콜드브루…엔제리너스 1위, 스타벅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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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13. 오후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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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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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커피전문점 매출 1위 스타벅스에서 판매되는 아이스커피 5잔 중 1잔은 ‘콜드브루’ 음료다. 우리나라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이디야커피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판매된 콜드브루 음료는 800만 잔에 이른다. 3~4년 전부터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콜드브루는 이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인기 또한 올라가는 콜드브루 커피, 주요 커피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콜드브루의 맛은 어떨까. 국민컨슈머리포트가 커피 전문가들과 함께 평가해 봤다.

‘콜드브루’ 평가 진행은…

국민컨슈머리포트는 커피전문점 콜드브루 커피를 평가하기 위해 5개 브랜드를 먼저 선정했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대개 매출 상위 5개 브랜드 제품을 전문가들과 함께 평가한다. 하지만 커피전문점 시장에서는 매출이나 점유율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매장 수를 감안해 상위 5개 브랜드를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이디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할리스 등 5개 커피전문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콜드브루 커피를 평가하기로 했다.

5개 브랜드의 콜드브루 커피는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직접 구매했다. 콜드브루 커피 본연의 맛을 평가하기 위해 얼음을 뺀 음료를 주문했다. 구매 장소에서 평가 장소까지 가는 동안에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보랭백에 담아 이동했다.

바리스타들이 지난 9일 서울시 강남구 아세아 ICT센터 원인터시스템에서 국민컨슈머리포트 ‘커피전문점 콜드브루’ 평가를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엄성진, 이영화, 고유리, 서유동, 김병희, 박신영씨. 윤성호 기자


평가는 한국커피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커피머신과 원두 등을 수입·유통하는 원인터시스템에서 진행했다. 원인터시스템은 스위스의 전자동 커피머신, 브루어, 이탈리아 고급 원두 브랜드 등을 수입해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점, 레스토랑, 호텔 등에 공급하는 회사다.

평가에는 ‘2020년 대한민국 커피산업 대상’ 등을 수상한 서유동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장(유동커피 컴퍼니 대표), 2016~2019년 세계 주요 월드라떼아트 챔피언십에서 6차례 우승을 한 ‘로앤엄’ 소속 엄성진 바리스타, 지난해 한국라떼아트 챔피언십 등에서 우승한 이영화 ‘로앤엄’ 대표, 커피학원 ‘리에스프레소’ 고유리 부원장, 커피산업대상 한국커피연합회상을 수상한 ‘카페다’ 김병희 대표, 원인터시스템 소속 박신영씨가 함께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①~⑤ 숫자가 적힌 5개의 종이컵에 콜드브루 커피를 담아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구매 시점에서 텀블러에 담은 커피를 다시 종이컵으로 옮겨 담으며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평가자들에게는 어느 브랜드가 후보에 올랐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평가는 6가지 항목(향미, 신맛, 쓴맛, 단맛, 뒷맛, 질감, 균형감)에 대해 최고 5점부터 최저 1점까지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겼다. 개별 항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1차 평가를 했고, 100㎖와 한 잔 당 가격을 감안해 최종 점수를 냈다.

평가 현장에서 6명의 바리스타는 향을 맡고 입안에 커피를 머금으며 꼼꼼히 평가에 임했다. 맛이 섞이지 않도록 물을 비치해 입을 헹궈가며 점수를 매겼다. 얼음을 뺀 음료를 구매했기 때문에 평가 현장에 얼음을 비치해 얼음과 어우러지는 맛도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평가 결과, 1위: 엔제리너스(4.5점)

엔제리너스 콜드브루 커피는 항목별 평가 가운데 향미, 신맛, 쓴맛, 단맛, 균형감 5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질감에 대한 평가는 2위였으나 좋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자 여섯 명 모두 ‘균형감 잡힌 맛을 내는 커피’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서유동 회장은 “밸런스가 잡힌 산미를 내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뒷맛이 좋았다”며 “우유나 시럽 등을 섞었을 때보다 있는 그대로 즐겼을 때 풍부한 맛을 내는, 콜드브루 본연에 충실한 커피”라고 말했다. 순수한 콜드브루의 맛을 즐기기에 5개 평가 제품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이영화 대표는 “전체적으로 균형감이 뛰어나서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특히 후미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향에 따라 단맛이 약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금 더 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고유리 부원장은 “향이 다양하게 풍미를 냈다.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실 때 느껴지는 몰트향과 단맛이 조화로웠다”며 “향과 밸런스와 풍미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고 부원장은 “좋은 품질의 원두를 썼다는 게 커피 맛에서 느껴졌다”고도 했다.

2위: 이디야커피(4.2점)

이디야커피 콜드브루는 신맛과 질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나머지 항목에서도 두루 높은 점수를 받으며 2위에 올랐다. 이디아커피는 가성비까지 좋아서 접근도가 높은 커피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병희 대표는 “콜드브루 커피를 평가하는 데 주안점으로 둔 것은 향미였다. 향을 맡았을 때 향미가 좋은 커피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이 커피는 질감이 특히 훌륭했다. 우유와 타서 마셨을 때도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지켜지는 커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화 대표는 “균형감이 좋고 안정적이지만 다소 물맛이 느껴지는 부분이 약간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박신영씨는 “얼음을 넣어서 차갑게 마셨을 때 가장 좋았다. 튀지 않고 부드럽게 어우러져 좋은 향을 냈다”고 했다.

엄성진씨는 “특별하게 치우친 맛이 없고 균형감이 좋아서 누가 먹어도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맛과 향을 낸다”고 했다. 그는 “삼키고 난 뒤에도 자극적인 맛이 남지 않았다. 강렬하다기보다 균형감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3위: 스타벅스(2.8점)


평가를 마치고 브랜드가 공개되자 평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다크로스팅으로 묵직한 맛을 내는 스타벅스 커피 특징을 콜드브루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콜드브루에 우유, 생크림, 시럽 등을 조합해 맛의 변주를 내기에 좋은 커피라는 평가였다.

고유리 부원장은 “진하고, 부드럽고, 뒷맛이 깔끔했다”며 “콜드브루 있는 그대로 즐기기에도 괜찮지만 우유나 시럽 등을 넣어 다양한 메뉴로 활용하기에 좋은 맛”이라고 말했다. 고 부원장은 “다만 스모키하고 쓴맛이 다른 커피보다 두드러져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면서도 “스모키향이 진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줬다”고도 했다.

이영화 대표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크게 치우친 맛을 내지 않고 밸런스가 꽤 괜찮았다”며 “다만 다른 브랜드 커피에 비해 단맛이 약한 게 다소 아쉬웠다”고 했다. 박신영씨는 “후미가 깔끔하고 진한 맛이 부드럽게 와닿은 커피”라고 했다.

스타벅스와 이디야 콜드브루에 대해 서유동 회장은 “애프터에서 느껴지는 맛이 우유와 섞었을 때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특유의 쌉싸름함을 낼 수 있는 풍미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4위: 할리스(2.0점)


할리스 콜드브루는 균형감에서 아쉽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엄성진씨는 “질감이 괜찮았으나 신맛이 대중적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균형감이 아쉬웠다”면서도 “콜드브루 커피를 우릴 때 나오는 순수한 성분이 맛에서 느껴진 점은 좋았다”고 했다. 고유리 부원장은 “재료는 좋은 것 같으나 추출이 너무 진하게 돼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고 했다.

김병희 대표는 “로스팅이나 추출에서 어긋나는 지점이 있는 듯하다”고 했고, 이영화 대표는 “떫은맛이 느껴졌다”고 했다.

5위: 투썸플레이스(1.5점)


균형 잡힌 맛을 내지 못한 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추출방식이 원두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유동 회장은 “로스팅과 맞지 않은 추출 기법을 써서 균형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엄성진씨는 “다소 오래 우려낸 듯했다. 묽으면서도 섬유질 느낌이 나는 게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박신영씨는 “콜드브루 특유의 향이 진하게 느껴져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이영화 대표는 “향이 독특해서 대중적인 맛을 내지 못하는 것 같다. 마니아층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맛있는 콜드브루 커피의 조건은…

콜드브루 커피는 분쇄한 원두를 저온에 12시간 이상 우려내는 커피를 말한다. 찬물에 우려내다 보니 긴 시간이 필요하고, 오래 우려내면서 생기는 특유의 맛과 향을 갖고 있다. 어떤 콜드브루를 맛있는 콜드브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유동 회장은 “콜드브루는 후미가 더 즐거운 커피다. 여운이 길고 여운의 향과 풍미가 혀에 남아 감동을 준다”며 “찬물에 오래 우리다 보니 (뜨겁게 내리는 커피와 달리) 폭발적인 향을 내기보다는 남아있는 향미를 즐기기에 좋은 커피”라고 말했다.

커피의 여운을 즐기는 데 방점이 찍힌 커피인 만큼 향미의 지속성이 콜드브루의 평가에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엄성진씨는 “부드러운 풍미가 오래가는 게 좋은 콜드브루 커피”라며 “여기에 우유나 시럽과 섞였을 때 풍부한 맛과 향을 내는 것도 콜드브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캐러멜 향과 초콜릿 향이 우유와 시럽과 어우러졌을 때 색다른 맛을 준다”고 말했다.

바리스타들이 지난 9일 서울시 강남구 아세아 ICT센터 원인터시스템에서 국민컨슈머리포트 '커피전문점 콜드브루' 평가를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5개 브랜드 커피전문점 콜드브루를 번호표가 붙은 종이컵에 옮겨 담아 평가를 진행했다. 윤성호 기자


전문가들은 콜드브루 커피를 맛있게 내리기 위해 신경 써야 할 점으로 좋은 원두, 원두 및 추출방식과 어울리는 로스팅, 대형 커피전문점의 경우 좋은 맛을 끌어낼 수 있는 기계, 온도 조절 등을 꼽았다.

고유리 부원장은 “온도가 달라지면 커피 향의 표현도 달라지게 된다. 같은 원도로도 온도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에 원두의 향을 잘 살려낼 수 있는 적절한 온도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선도도 맛을 좌우한다. 소비자가 콜드브루 커피를 살 때는 신선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평가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평가 진행에 도움을 준 홍정기 한국커피연합회 부장은 “바로 추출해서 마시는 게 아니라 12~20시간씩 오래 우려내서 만드는 커피인 만큼 신선도를 오래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며 “공기와 만나 산패할 수 있으므로 신선한 커피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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